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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가 한국에서 느린 이유

ryush00 2017.03.06 12:00

클라우드플레어는 각 지역별로 서버를 둬서 (엣지라 부른다) 사이트의 속도를 늘려주고, DDoS를 완화시켜주는 서비스이다. 많은 사이트들이 클라우드플레어를 쓰고 있다. 나도 최근 몇년간은 아주 좋게 잘 썼던 서비스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갑자기 클라우드플레어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왜 그런가 이유를 봤더니 한국 ICN 엣지(엣지는 가장 가까운 공항명을 이름으로 한다)에 연결이 안 되고 있던 것이다.

대체 왜 이러는걸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클라우드플레어 블로그 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트래픽 가격이 비싼 두 나라에 속해 있다. 무려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15배 더 비싸다. 또, 다른 나라들은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 때문이다. 

출처: 미래부, zdnet 통신 3사의 배만 채우고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는 협상을 통해 서로 무정산 피어링으로 연결했던 비용을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놓고 사용량에 따라 돈을 내도록 규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정한 기준을 누가 만들었냐 하면 통신 3사의 의견을 들어 만들었다고 한다. (...) 어떻게 되든 통신 3사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다. 여기까지는 동일 계층(Tier)의 이야기이다.

하위 계층인 사업자들은 원래 요금에 비해 최대 70%까지 더 내게 되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비싼 우리나라 트래픽 요금인데, 70%를 더 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바가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 계층은 피어링이 불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트래픽 가격이 매년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지도 -7.5%로 정해놓았다고 한다. -7.5%는 전 세계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다.

클라우드플레어 블로그 글에 따르면 가격은 수십에서 수백 배나 비싸면서 상호 접속(피어링이라 부르겠다)을 거부하는 여섯 개의 업체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한 곳은 우리나라의 Korea Telecom, KT이다. 이 업체들이 클플 트래픽을 차지하는 건 6%도 안 되면서, 이 6%를 위해 클플이 지출하는 비용은 50% 가까이 된다고 한다. 정말 답이 없다.

유튜브는 이 비용을 안낸다. 예전에 통신사들이 유튜브에게는 호되게 당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플레어도 유튜브처럼 조치를 취하려는 것 같다. 이 6개의 통신사들로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해외의 피어링된 엣지로만 접속이 되도록 말이다.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해외로 트래픽이 나가게 되므로 해외 회선이 바닥나게 되어, 결국 유튜브에게 했던 것처럼 클라우드플레어에 피어링을 요청할 것이라 예측했던 것 같다.

클플 블로그 글 작성 당시였던 8월에는 이 조치가 무료 플랜에게만 해당됐었던 것 같은데, 통신사들이 아무 반응이 없자 10월경 Pro 플랜까지도 해외의 피어링된 엣지만 접속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10월쯤 속도가 너무 느려서 문의를 보냈더니 Pro까지도 해당된다고 답변을 받았다. 규정을 변경했으면 변경했다고 공시를 해줘야지 정말 한국 소비자를 너무 기만하는 건 아닌가?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망 중립성 정책을 규정하면서 티어가 다른 인터넷 사업자와는 피어링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가 피어링을 규제한다는 것이다. 통신사와 클라우드플레어는 티어(주로 계층이라 번역하더라)가 다르다. 따라서 클라우드플레어는 현재 규정을 따르게 된다면 통신사와는 절대 피어링을 할 수 없다. 유튜브와 구글 서비스들의 캐시 역할을 하는 GGC(구글 글로벌 캐시)는 어떻게 설치된 건지 신기할 뿐.




덕분의 내가 운영하는 마인리스트는 물론, 자주 이용하는 나무위키 같은 사이트들까지 모두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졌다. 최근 클라우드블리드 사건으로 인해 클라우드플레어를 버리는 사이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무위키가 클라우드플레어를 버리고 구글 클라우드 로드벨런서로 바꿔버린 것이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이다.

(2018년 5월 12일 추가) 최근 페이스북 경로변경 사건도 이와 연관이 있다. 아니, 연관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똑같은데 여론이 통신사에게 유리하게 흐른것이다.


우리나라 통신사들만의 비싼 트래픽 가격, 전 세계 흐름과는 뒤떨어지는 트랜짓 가격 하락세. 거기에 피어링에 대한 정부 규제까지.


그럼 해결책은?


정치인들이 관련된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 상황을 보면 절대 근시일 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또 다른 한 가지의 방법이 있다. 예전에 유튜브가 느려지자 사용자들이 통신사들에게 따져서 통신사들이 결국 유튜브 캐시 서버를 설치해주었던 전례가 있다. 이처럼 모두가 통신사 고객센터에 본인이 사용 중인 사이트가 느리다고 계속 따지자. 물론 따져봤자 통신사 고객센터에서는 인터넷 기사 한번 방문 시켜주는 게 전부겠지만, 같은 문의가 계속 들어오면 언젠가 통신사도 소비자의 말을 듣지 않을까?

물론 피어링만 될게 아니라 한국의 트래픽 비용도 외국 평균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트래픽 비용이 비싸면 한국 토종 업체들(특히 동영상)이 멸망할 태고, 결국 이 자리를 유튜브가 했던 것처럼 해외 업체가 메꾸게 된다. 결국 통신사들은 해외 회선 비용을 많이 내야 하고 이는 통신사들에게 직격탄이 된다. 대체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언젠가 한국에서도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를 쾌적하게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트래픽 비용이 저렴해지기를 바란다.

잘못된 내용이 있을수도 있으며, 댓글 남겨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2017년 5월 15일 추가 --

얼마전 클라우드플레어 홈페이지가 갑자기 한글로 뜬 적이 있었다. 드디어 한국 직원이 채용되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늘, 클라우드플레어가 보낸 한국어로 된 메일 한 개가 도착했다. 드디어 한국 직원분이 생겼다.

지금까지 알아냈던 내용하고 동일하다. Enterprise 플랜을 쓰면 한국 엣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난 Enterprise 플랜을 쓸 만큼 큰 사이트는 없다.

지금까지는 한국인 직원분께서 없어서 한국 통신사들과의 협의에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한국인 직원이 채용됨에 따라 약간 희망이 생겼다.

어서 한국에서 클라우드플레어를 빠릿빠릿하게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 2017년 11월 19일 추가 --

한국에서는 무료, 프로, 엔터프라이즈 상관 없이 절대 ICN 연결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 엣지를 사용하고 싶다면 클라우드플레어와 계약하여 엔터프라이즈 플랜을 사용해야만 연결된다. 계약은 하기 나름이므로 만약 본인이 진정으로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한번 연락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2018년 5월 12일 추가 --

클라우드플레어는 기업이고 통신사들도 기업이니 서로 이윤 추구를 위해 이러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클라우드플레어는 (피어링이 되어 있는 국가라면) 무료로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디도스 방어 서비스이다.

통신사가 피어링만 해준다면 국내에서는 거의 몇십만원 이상 돈이 드는 디도스 방어가 무료로 가능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 피어링된다면 불편해지는건 전혀 없다. 오히려 클라우드플레어를 사용하는 상당수의 사이트들의 속도가 향상되고, 개발자와 수많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거의 디도스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도 안정적으로 이러한 회사들의 서비스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도입되면 큰일나는건 통신사들이다. 돈을 못 버니까 말이다. 왜 이렇게 페이스북 경로변경에 대한 뉴스들을 보면 통신사 입장에서 서술되었는지 느낌이 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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